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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돼지열병…"비명소리 들려" 트라우마 시달리는 공무원
아프리카 돼지열병…"비명소리 들려" 트라우마 시달리는 공무원
  • 박성진 기자
  • 승인 2019.10.01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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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관련 이미지. /더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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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 처음으로 발생했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파주시에 위치한 한 돼지농장에서 이날 오전 6시30분쯤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첫 확진됐다.

정부는 향후 대응 매뉴얼에 따라 인근지역 살처분 등의 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할 방침이다. 그렇다면 매몰처분은 누가할까? 애꿎은 지방 공무원들이 한다.

◇ "동물 비명소리 들려요" 가축 살처분 '트라우마'

"동물 소리 때문에 환청이 들리고 악몽을 꿉니다"

"살처분 현장은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한마디로 표현하면 아수라장입니다"

2014년 봄. 전국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을 당시 충북 지역의 한 지자체에서 근무하는 지방 공무원 A씨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 전염병 발생 현장에서 살처분 작업에 투입된 지역 공무원들은 상당히 큰 고통에 시달린다.

A씨는 "구제역이 발생하면 돼지의 발톱이 빠지고 입 주위가 짓무르는 증상이 나타난다"면서 "그러면 옆에 있는 돼지가 그 빠진 발톱을 주워 먹어먹는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그리고 돼지를 몰고가다보면 말 안 듣는 돼지들은 중간에 포클레인으로 찍어서 죽인다"며 "그러다 보면 배가 터져서 내장이 나오는데 다른 돼지들이 그런 걸 또 뜯어 먹는다. 참혹하다"고 전했다.

당시 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연 대표도 다른 방송과의 가축 살처분 관련 인터뷰에서 '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라고 표현했다.

박 대표는 "포대나 자루에 오리, 닭들을 마구 잡아 넣는다"며 "그 상황에서 닭들이 부리로 뚫고 나오고, 살아 있는 닭과 오리들이 도망 다니면 이걸 또 때려잡는다고 쫓아다닌다. 아주 난리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기사 관련 이미지. /더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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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처분 작업자 4명 중 3명 트라우마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김석호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장은 지난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2017년 10~12월 '가축 살처분 참여자 트라우마 현황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축 살처분 참여자의 트라우마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소장은 "가축 살처분 작업에 참여했던 공무원·공중방역수의사 277명을 대상으로 PTSD 증상 유무와 정도를 조사해보니, 응답자 전체 평균 점수가 PTSD 판정 기준인 25점을 훌쩍 넘는 41.47점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학살'을 했다는 자책감과 '위에서 시키니 한 일'이라는 자기합리화 사이를 오가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또 살아 있는 가축을 죽여서 땅에 묻어야 하는 작업 특성상 자신이 '학살의 주체'로 전락해버리는 현실에 혼란을 느끼는 참여자도 많았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사후 심리치료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서 ‘살처분 작업 뒤 정신적·육체적 검사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13.7%에 불과했다.

◇ 아프리카 돼지열병, 치사율 100% 바이러스 출혈성 전염병

한편, 이번에 우리나라에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치사율 100%인 바이러스 출혈성 돼지 전염병으로 구제역과 달리 아직까지 예방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위험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아프리카에서 발생해 1960년대 서유럽으로 퍼진 뒤 1990년대 중반 유럽에서는 박멸됐다.

이후 야생멧돼지 등을 통해 동유럽에 전파된 이후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됐고 몽골과 러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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